[12·16 대책 후폭풍] 대출 막혔지만…"그래도 강남"

입력 2019-12-27 13:14   수정 2019-12-27 13:15



‘12·16 대책’에도 분양시장은 오히려 달아오르는 분위기다. 고강도 대출규제도 서울 강남 신축 아파트에 쏠리는 관심을 꺾지 못했다. 주변 시세보다 10억원가량 낮은 가격에 나온 새 아파트를 보기 위해 모델하우스엔 평일 오전부터 수백 명의 인파가 몰렸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확대로 공급 부족 우려가 커지는 것도 예비청약자들의 조바심을 자극하고 있다.

◆현금부자들의 로또

27일 대치동에서 문을 연 ‘개포프레지던스자이’ 모델하우스엔 개장과 동시에 200여명의 입장객이 몰렸다. 올해 강남에서 마지막으로 분양하는 새 아파트인 데다 주변 시세보다 가격이 크게 낮아서다. 개포주공4단지를 재건축하는 이 단지는 전용면적 84㎡ 기준 분양가가 15억원 안팎이다. 인근에서 올해 입주한 ‘래미안블레스티지’와 ‘디에이치아너힐즈’의 같은 면적대 매물은 25억~26억대에 나온다.

당첨만 되면 10억원의 차익을 쥘 수 있는 ‘로또’로 불리지만 금융조건은 빠듯하다. 대부분 주택형이 분양가 9억원을 넘겨 중도금대출이 나오지 않는다. 12·16 대책에 따라 15억원을 초과하는 중·대형 주택형은 잔금대출도 받을 수 없다. 금융권에서 자금을 융통할 필요가 없는 현금부자들만 계약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수요층은 공고하다. 예비청약자들은 대출규제도 상관없다는 반응이다. 서초동에 전세로 거주하는 박지헌 씨(47)는 “당첨이 문제지 대출은 논외”라면서 “가점이 69점인데도 올해 강남 분양에서 모두 떨어져 이번엔 대형 면적대를 노리고 있다”고 말했다. 전용 85㎡를 초과하는 대형 주택형은 전체 당첨자의 절반을 추첨제로 선정하기 때문에 오히려 당첨 확률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게 박씨의 계산이다. 대치동에 사는 이명은 씨(42)는 “당첨될 경우 모자라는 잔금은 전세입자를 받아 채울 생각”이라면서 “대출규제 때문에 높은 시세차익을 포기하긴 아깝다”고 전했다. 이상국 GS건설 분양소장은 “대출규제의 기준으로 삼는 시세정보가 공표되는 시기는 통상 입주시점과는 다소 시간차가 있다”면서 “분양가 15억을 밑도는 소형 주택형의 경우 대출 기준을 분양가격에 맞출지 시세에 맞출지 모호한 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내년 5월부터 분양가 상한제가 본격 작동하면 새 아파트 가격은 더욱 내려간다. 하지만 유예기간에 분양시장 문을 두드리는 예비청약자들도 속사정은 있다. 상한제가 적용된 아파트에 당첨될 경우 최대 10년의 전매제한과 거주의무 등 여러 제약이 따르는 까닭이다. 이미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고분양가 규제로 새 아파트 가격이 주변 시세에 크게 못 미치는 영향도 있다. 모델하우스에서 만난 한 30대 주부는 “상한제가 시행되면 공급이 끊겨 신축 아파트 가격은 더욱 오를 것 같다”면서 “그땐 청약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돼 지금 분양을 노리고 있다”고 말했다.

◆“청약과열 더 이어진다”

전날 청약을 받은 단지들의 경쟁률은 잇따라 두 자릿수를 넘겼다. 12·16 대책 이후 첫 분양 단지였던 위례신도시 ‘호반써밋송파1·2차’는 모든 주택형이 분양가 9억원을 넘겨 중도금대출이 제한됏지만 각각 16.1 대 1과 33.9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3.3㎡당 평균분양가가 2200만~2260만원대로 주변 단지보다 1000만원가량 낮아서다. 대형 면적대로만 구성돼 추첨제를 노리는 1주택자 청약도 가능한 게 인기 요인으로 작용했다. 홍은동에서 분양한 ‘e편한세상 홍제가든플라츠’ 또한 1순위에서 59.9 대 1의 경쟁률로 마감했다.

서울 아파트 청약경쟁률이 고공행진하는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분양가 상한제가 발표됐던 8월 이후 공급 우려가 부각되면서 세 자릿수 경쟁률만 다섯 차례 나왔다. 강북 새 아파트 경쟁률도 200 대 1에 근접했다. 당첨자들의 가점 커트라인은 줄줄이 60점대를 넘기는 중이다. ‘르엘신반포센트럴’이 69점을 기록한 데 이어 ‘더샵파크프레스티지’와 ‘르엘대치’ 등 4개 단지가 64점을 찍었다. 각각 4인 가족과 3인 가족이 채울 수 있는 최고 가점이다.

전문가들은 분양시장 과열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번 대책에선 거주기간 요건 강화 등의 청약규제도 포함돼서다. 현재 서울과 경기 과천, 광명, 성남 등 수도권 일부 지역에선 1년 거주 요건을 채울 경우 해당지역 1순위로 우선공급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앞으론 이 요건이 곱절 늘어난다. 정부가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와 대규모 신도시(66만㎡ 이상)의 거주기간 요건을 2년으로 늘리기로 해서다. 1순위 조건을 갖췄더라도 거주기간을 채우지 못하면 기타지역으로 청약해야 하기 때문에 당첨 확률이 내려간다. 규제는 지자체와 협의가 이뤄지는 즉시 시행된다. 아직 거주기간 요건을 채우지 못한 수요자들은 청약을 서두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조은상 리얼투데이 본부장은 “앞으로 청약 거주 요건과 재당첨제한이 강화되기 때문에 내년 초까지는 이를 피하려는 수요가 증가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팀장은 “최근 서울과 수도권의 청약경쟁률을 보면 대기수요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며 “실수요자들은 상한제 때문에 공급량이 줄어드는 것에 대한 우려를 크게 느끼고 있다”고 진단했다.

전형진/안혜원 기자 withmol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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